용인 주택 단지 – 산자락 위 여섯 채의 집, 여섯 개의 거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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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위 여섯 채의 집, 여섯 개의 거실 이야기

박민환 건축가의 용인 주택단지

용인 산자락의 경사면 위, 여섯 채의 집이 저마다 다른 풍경을 품고 서 있다. 2017년 박민환 건축가가 설계한 용인 주택단지는 단순한 단독주택 집합체가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섯 개의 집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을 담은 건축적 실험의 장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박 건축가는 집이 앉는 자리의 특성에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 이야기는 결국 각 주택의 거실이라는 공간으로 응축되었다.

경사면이 빚어낸 거실의 다양성

대지는 단순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흐르는 듯 보이지만 의외로 변화무쌍한 경사와 표정을 지닌 땅이었다. 박민환 건축가는 이 경사와 땅의 변화를 하나의 제약이 아니라 기회의 틈으로 읽어냈다. 그리고 이 땅이 제공하는 차이를 거실의 위치와 형태로 치환하며 여섯 채의 집에 각기 다른 개성을 부여했다.

각 주택의 거실은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그 집의 상징이자 외부와의 소통 창구로 자리한다. 거실은 모두 다른 위치에 놓였으며, 때로는 땅을 딛고, 때로는 공간 위에 부유하며, 그 집이 자연을 향해 여는 방식과 시선을 규정한다. 그리고 이 거실은 커다란 창을 통해 외부의 빛과 풍경을 적극적으로 내부로 끌어들인다.

열린 거실과 닫힌 방

흥미로운 점은 거실과 대비되는 다른 공간들의 형태다. 거실이 빛과 풍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공간이라면, 그 외의 방들은 닫힌 육면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방들은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고, 창 역시 외관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내부에서 공간과 공간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틈새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주택이 단순하고 강렬한 매스감으로 읽히도록 하며, 그 안에 숨겨진 다층적 공간 구조는 거주자에게 섬세하고 다양한 공간적 체험을 제공한다.

집과 땅, 그리고 주변의 대화

용인 주택단지의 주택들은 단순히 땅 위에 ‘올려진’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과 건축적 흐름이 만나는 경계에 섬세히 앉아 있다. 거실은 땅과 하늘, 그리고 산자락을 향해 열리며, 그 열림의 방식은 여섯 채 각각의 집에 고유한 표정을 부여한다.

이 집들은 서로 다른 거실의 배치를 통해 같은 단지 안에서도 각기 다른 풍경과 관계를 형성하며, 동시에 단지 전체가 하나의 건축적 풍경으로 완성된다. 산의 능선과 마을의 윤곽이 어우러지듯, 용인 주택단지는 단지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경관을 이루며 서 있다.

박민환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단독주택 단지 설계가 단순한 주거의 나열이 아니라, 자연과 장소에 대한 깊은 읽기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각기 다른 거실의 위치와 형상은 곧 땅과 집, 그리고 거주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며, 산자락 위 작은 집들의 풍경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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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박민환건축사사무소
www.minhwan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