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박물관

빛의 여정, 기억의 건축

박민환 건축사무소,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뮤지엄 설계안 발표

박민환 (Minhwan Park Architects)는 20세기 초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비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인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뮤지엄(Armenia Genocide Museum)’의 설계안을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추모 시설을 넘어, 건축과 기억, 빛과 시간의 관계를 고찰하는 공간적 제안으로 주목된다.

뮤지엄은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Yerevan) 도심에서 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탑(Memorial Monument)에 이르는 경로 위에 배치된다. 박민환 건축가는 이 전체 동선을 기억의 서사 구조로 간주하며, 브리지(Bridge) – 터널(Tunnel) – 뮤지엄(Museum) – 계단(Stairs)의 네 개의 장면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이 여정은 단순한 도보의 흐름이 아닌, 정서적 농도와 빛의 질감이 축적되는 추모의 시간이다.

 

각 공간은 고유한 방식으로 ‘빛’을 다룬다. 물리적 장치이자 감정의 매개체로 사용된 빛은, 공간마다 형태와 강도, 투과 방식이 다르며, 특히 뮤지엄 내부에서는 자연광과 프로젝션 영상이 중첩되는 구성으로 빛의 다층적 감각을 유도한다. 이는 박민환 건축 특유의 ‘비물질적 건축 어휘’를 반영한 것으로, 빛 자체가 기억을 환기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직접적인 정보 전달보다 기억의 잔향을 공간에 남기는 전략이 인상적이다.

 

박민환 건축가는 이번 설계를 두고 “이 프로젝트는 기념비적 건축이 아니라, 기억을 걸어가는 리듬 그 자체를 공간화한 실험”이라며 “뮤지엄은 목적지가 아닌, 길의 한 지점에서 침묵처럼 놓여 있는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태도는 건축을 통한 역사적 재현이 아닌, 기억을 감각적으로 환기하는 건축적 태도로 읽힌다.

이번 제안은 박민환 건축사무소가 최근 몇 년간 지속해온 기억, 장소, 비물질성에 대한 건축적 사유의 연장선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공간을 통해 감정과 시간을 엮어내는 새로운 기념 공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문의 

박민환건축사사무소
www.minhwanpark.com